네, 다들 아실 8세(현재 9세)여아 강간치상사건에 대한 겁니다. 주로 재판부를 비난하는 말씀들이 많으시고, 실제 재판에 관여했는지 알 수 없는 인권단체나 재판에 관여하지 않았을 것으로 짐작되는 여성부를 비난하시는 말씀들도 있으신데...
지금 거추장스러워들 하시는 그 안전장치들, 그러니까 범인의 형량을 제한한 그 안전장치들에 대해 좀 생각해 봅시다.
우선 '인권단체들이 반대하는 사형, 왜 사형은 안 되나?' 사형, 생명형은 절대적이고 복구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혹시라도 나중에 해당 판결이 잘못된 것으로 밝혀질 경우에도 잘못된 형 집행의 피해자에게 배상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재판하는 것도 사람이고 조사하는 것도 사람이고 재판받는 것도 사람이기에 오류의 가능성은 0%가 아닙니다. 따라서 종신형이나 500년형과는 달리 차후에 배상할 방법 자체가 없는(사형집행해 놓고 그 가족이나 친족에게 배상하는 것은 당사자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죠) 생명형, 사형은 없어지는 것이 낫습니다.
실제로 사형제도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경우도 있고 말이죠. 인혁당 사건, 다들 기억하시죠? 결국 사법살인으로 결론났잖아요?
범인이 심신미약상태를 인정받은 것에 대해 분노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런데...형사재판의 원칙에 이런 게 있습니다.
'무죄추정의 원칙'
간단히 말해서, 피의자가 해당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을 검사가 증명해내는 그 시점까지 피의자를 무죄로 본다는 이야기인데요, 또한 형사범죄는 범행의도를 중요하게 취급합니다. 그러니까 살인죄도 있고 살인미수죄도 있고 과실치사도 있지만 무겁게 취급하는 순서는 의도만 있는 살인미수가 의도만 없는 과실치사보다 더 큰 거죠.
이번 사건을 봅시다.
범인은 술을 마셨습니다. 만취해서 심신상실했다는 증거는 없지만 심신상실하지 않았다는 증거도 없습니다. 그래서 심신미약을 인정받았습니다. 형사재판이니까요. 무죄추정의 원칙이니까요.
범인은 피해자를 죽을 뻔한 지경에 빠트렸습니다. 의도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증거도 없지만 의도적으로 했다는 증거도 없습니다. 게다가 심신미약은 인정받았습니다. 그러니 살인미수가 아닙니다. 형사재판이니까요. 무죄추정의 원칙이니까요.
저 무죄추정의 원칙 참 거슬리시죠? 저도 이렇게 보니까 참 거슬리네요. 그런데 그렇다고 저걸 없애버리면 어떻게 될 지 생각해 보셨나요?
앞의 사형문제처럼, 정치적으로 이용되기 참 쉽게 됩니다. 아마 여러분은 다들 이 말을 아실 겁니다.
"나에게
한 문장만 달라. 그러면 누구든지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 - EBS 지식채널e,
괴벨스 편 중
..............그래서 무죄추정의 원칙은 지켜져야 합니다.
다음은 사적 보복, 즉 私刑문제입니다.
이미 여기 좋은 기사가 있군요.
(그림이 커서 줄여놨습니다. 눌러서 보세요)
아마 이 기사를 읽으시면서 통쾌해하신 분들이 많았을 거고, 이번 강간치상사건에 적용하고 싶어하시는 분들도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제가 저 기사를 읽고 떠올린 생각은 좀 달랐습니다.
자, 생각해 보세요.
해당 기사에서 '처단' 을 한 자는 법적, 신변적 위험을 감수했고, 거사가 성공한 지금은 그 위험이 몇 배가 되었을 겁니다. 그런데, 과연 사적 보복이라는 수단은 약자만의 것일까요? 아니, 약자에게 더 편한 수단이기는 한 걸까요?
해당 기사에서, 사적 보복은 한 가지 형태가 아니라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났습니다. 한 가지는 참수형이죠. 그럼 나머지 한 가지는 뭘까요? 바로 자동차를 사용한 일반대중에 대한 공격입니다.
사적 보복이라는게 그렇습니다. 법적 판단이 개인의 판단과 다르다는 이유로 자신의 판단에 따라 직접 침해를 강제하는거죠. 두 가지 모두 사적 보복이라는 점에서는 똑같은 겁니다. 자, 그럼 생각해 보세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재산이 많은 자와 재산이 적은 자 둘 중에 누가 더 효과적인 사적 보복 수단을 가지고 있습니까?
당연히 재산이 많은 자 입니다. 이들은 자신을 위해 일해 줄 사람을 고용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교사범에 대한 처벌이 무거운 겁니다.
사적 보복이 허용된 사회는 법 없이 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줄 사회보다는, 시에라리온같은 무력충돌과 내전이 끊이지 않는 사회에 가까울 겁니다.
결국 부적절한 법은 개정하고, 법을 잘 시행해서 사건을 해결하는게 최선이라는 겁니다. 중국 기사의 예는 후자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문제인 것이고, 여아 강간치상 사건의 경우는 전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봅니다.
저는 음주상태로 인한 심신미약/상실을 다른 이유(정신이상 등등)로 인한 심신미약/상실과 같이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이라는 것은 선천적이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당사자가 그럴 생각만 있다면 얼마든지 방지할 수 있습니다. 만약 알콜중독이라면(술은 합법적 약물이니까, 단지 알콜중독이라는 이유만으로 처벌할 수는 없으니) 알콜중독을 우선 치료하고 나면 되는 거고요. 그리고 이 일은 정부나 인권단체 등의 민간단체가 하는 일이죠.
그런데, 세금이 저런 데 쓰이는건 별로 안 좋아들 하시더라구요? 자기 동네 땅값 올라가는거만 좋아하지...
가해자에 대한 처벌 이상으로 중요한게 피해자 구제입니다. 가해자를 아무리 처벌해 봐야 피해자의 구제에는 도움이 별로 안 되거든요. 그리고 이번 사건의 경우에는 '이미 재판한 사건' 이 되었기 때문에 설령 관련 법들이 나중에 개정되더라도 적용받지도 못할 겁니다.
그런데, 저런 법 개정하는 것보다 자기 동네 땅값 올라가는걸 더 좋아들 하시더라구요?
그러니 표로 먹고 사는 국회의원들이 '신경쓰고 싶어도 신경쓸 수가 없죠' 자기 경쟁자들이 다 땅값 올려준다고 할 때 혼자 저런 이야기하면 떨어지거든요.
저번 대선때도 보셨잖아요. 이명박대통령이 어떻게 당선됐는지 다들 아시잖아요.
그러니까 아마 안 될겁니다.
이대로는 말이죠.
그러니까 감시하세요. 참여하세요. 목소리를 높이세요.
이런 문제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정도로 말이죠.
기대해도 되겠습니까?
덧1:
게다가, 3S수법 기억하시죠? 술이라는건 저 3S와 상당히 비슷한 작용을 합니다. 정치적, 구조적 문제에 대한 관심과 감시 자체를 낮추는 역할을 하죠. 그런데다가 국회의원 개개인 중에서도 저 음주심신미약의 덕을 보는 이들이 종종 있으니...
웬만큼 목소리를 높여서는 이거 해결 잘 안될걸요?
덧2: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약한가 강한가는 가치판단적 문제이므로 다루지 않았습니다.
12년이라는게...살인의 경우가 10년이상의 징역이라는걸 생각해보면 '목숨보다도 소중한 게 있다' 라는 의미의 구형이라고 볼 수 있으니 관점에 따라서는 강한 처벌이라고 볼 수도 있거든요. 물론 현대 대중의 법감정과는 어긋난 관점이고, 대중의 법감정과 어긋난 법은 좋은 법이 아니라고도 하긴 합니다만...
지금 돌아다니는 사건 정황 자료들 자체가 상호 모순되는 부분들이 있어서 세부적인 이야기를 논하기 힘듭니다. 게다가 판례(이 사건도 이제 판례로 남겠죠) 라는 것이 영미법계가 아닌 국가에서는 은근히 상호모순되는 경우도 있거든요.
그래서 글에서, 사건 자체에 촛점을 맞추기보다는 '사건을 이렇게 만드는 요소들' 을 다룬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