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미사는 냉담자도 춤추게 한다어제 저는 6시가 되기 좀 전에 시청 광장으로 들어섰습니다. 생각보다 사람이 적더군요. 광장 1/4이나 찼을까 싶을 정도? 너무 적은거 아닐까 생각하면서 자리를 잡았는데, 주변 사람들 이야기를 들으니 미사시간이 연기되었더라구요. 저는 6시인줄 알고 갔었으니까요.
그래서 앉아서 기다리는데, 종종 뒤를 돌아볼때마다 기하급수적으로 차오르는 사람들에 놀라곤 했습니다. 중간중간 바깥쪽에서 큰 소리가 나곤 했고 그때마다 무슨일일까 싶어서 사람들이 일어나서 그쪽을 쳐다봤지만 보이는 것도 없고, 이야기도 잘 전달이 안 되곤 했죠. 미사에서 만나기로 한 분이 도착했다는 문자를 보냈지만 그쪽으로 갈 수가 없더군요.
그러다가 6시 30분이 지나도 미사가 시작되지 않고, 이번에는 그 이유를 전달받았습니다.
'방송차량이 전경에 막혀서 미사가 늦어지고 있다'
...........뭐 그래서, 제가 앉아있던 쪽의 신자분 중 한분이 말씀하시길 미사를 기다리는 동안 묵주기도를 봉헌하자고 하시더군요.
저는 묵주기도 하시는 분들의 외곽에 있었지만 실제 위치는 광장 중앙에서 좀 앞쪽이었습니다. 그러니까, 광장의 절반~1/3정도 분들이 묵주기도를 하셨지 싶습니다. 어쩌면 1/4까지 줄어들지도?
그리고 묵주기도가 시작되고 좀 지나자 '시국미사' 중 '시국' 에 충실하신 분들께서 헌법 1조 노래를 연호하셨습니다....만 묵주기도에 막혀 잦아들더군요.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은, 이 시점 이전에 앉아서 기다리는 동안에 종종 일어나서 시위 플래카드를 들고 인사하시던 분들에 대해서는 다같이 박수로 화답했었다는 겁니다. 헌법1조에 화답하지 않고 묵주기도를 지킨 분들이, 시위에 냉담해서 그러셨던 것이 아니라 단순히 '지금은 기도를 해야 할 때' 라고 생각하셨다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그 때 생각했습니다. '과연 오늘의 시국미사에서 사제단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 것인가'
진짜 무서운건 저 때 헌법 1조 노래를 연호한 분들이 아닙니다. 그 노래에도 아랑곳 않고 묵주기도를 하시던 분들이 진짜 무서운 분들입니다. 그 올곧음과 의지로......
그리고 방송차가 상당히 늦게 도착했습니다. 아마 7시 반쯤이었던 것 같은데요, 시간은 확실히 기억나지 않지만 다음과 같은 생각을 했던건 기억납니다.
'경찰, 이것도 자충수구나. 이래서야 당연히 8시 뉴스에 미사가 나올 것이고 어쩌면 9시 뉴스에까지 나오겠군. 이 많은 인원이 영성체를 하려면 미사도 상당히 길어질텐데'
그리고 사제단 입장. '과연 오늘의 사제단은...' 이라고 생각하던 저는 순간 눈을 의심하고 다음 순간 웃음을 터뜨릴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제단 분들이 손에 손에 시위피켓을 들고 입장하시더군요.
이후의 미사 흐름은 저 광경이 충분히 예지해 주었죠. 미사 상황 자체는 저보다 더 잘 설명해 주신 분들이 많으니 넘어가고...
제 일행 구성이 좀 재미있었습니다.
'시국'미사에 참석하고자 온, 비신도 한명.
시국'미사'에 참석하고자 온, 집회 고정출연했고 연행된 적도 있는 신도 한명.
'시국미사'에 참석하고자 온, 기도문 번역이 변화한 걸 느끼고 당황스러웠던 냉담자 한명.
뭔가 생각해 볼법한 구성이죠?
10시까지의 행진을 끝내고 신도와 냉담자는, 비신도 한명에게 포교를 해 보지 않겠느냐고 서로 농담을 했죠.
시위가 다시 '완벽한' 비폭력으로 돌아왔고 이젠 성직자들의 든든한 지원까지 받게 되었습니다.
그 자리에 계셨던, 신부님들, 스님들-모든 성직자 분들께 감사드립니다.